오늘 남편은 세 번째 항암제를 맞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려고 가야 한다.
너무 힘들다고 요번만 하고 다시는 안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.
어찌해야 하나 정말 끊어버려 그럴 순 없다.
어떻게 해서든 달래보아 맞도록 설득을 해봐야겠다.
지난해 성탄을 일주일 앞두고 평소 다니던 종합병원 혈액 검사를 하려고 갔다.
백혈구 수치가 너무 낮아 응급실로 와 보란다.
당황함과 서두르는 나와는 반대로 느긋한 남편의 행동 응급실에서 우선 수혈하면서 내과 진료를 받았다.
내시경 검사를 하고 난 담당 의사는 지하실 한쪽 구석진 자리에 앉아 열심히 모니터를 보면서 심각한 표정으로
"혼자 오셨나요". 자제분들 암입니다.
아주 모양이 안 좋아요. 어쩌나 어찌해야 하나 선생님 살릴 수 있을까요.
살려야 한다.
다시 응급실로 돌아와선 병실이 나길 기다리고 있다.
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은 퇴원수속을 밟아 집으로 차마 병명을 말할 수 없었다.
병원을 나와 어둠이 깔린 당현천 길을 걷고 있다.
매서운 겨울바람이 두 볼을 때린다.
왜 사랑한다는 소리 한번 못하고 살았지? 많은 사랑을 받았건만 나는 반의반도 주지 못했다.
무엇 하나 잘나지도 못 한 자신을 돌아보면서 뉘우쳐 본다.
남은 세월이 얼마나 될지 곁에서 지켜 주리라.
얘들아 “아버지 암이란다” 흐느끼는 아들, 딸
이것이 삶의 과정이야 지난겨울 한 없이 추웠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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