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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고

간판을 내걸다

평범한 듯 평범하지 못했고 아픔도 괴로움도 많은 날

사람들과의 관계 가슴속 깊은 곳 파고드는 탄피들 뽑아 버려야 하는데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.

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.

용서하라 하지만 예수님이니까 가능하지

내 어릴 적 엄마의 독설 네 언닌 공부를 잘하니 공부를 시켜주는 거야.

넌 공부를 못하니 살림이나 배워 간판을 가지려고 그래 두고두고 가슴에 박혀버린 말들

엄마가 먼 길 가신 지 어언 십수 년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그날 현관을 나설 수 없었다.

살아생전 잘해주지 못한 죄책감 도저히 잊혀버릴 수 없었던 그 말 한마디

결혼한 지 38년 문경 두메산골 시골 노총각에게 시집왔지.

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남편 만나 긴 세월 살았다.

자식들은 둥지를 틀어 떠나고 두 늙은이만 남았다.

취미생활로 글쓰기 서예 이곳저곳 바쁘게 생활하는 게 남편은 못마땅 하나 보다.

오늘도 나의 눈치를 살핀다 어디를 가나 지금, 이 나이에 버럭 소리를 지른다.

왜! 짜증이 난다. 뭐 오늘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그래

그러다가 한마디 아름다운 말이 생각나면 모든 게 희석된다.

아들이 고3 되었을 때 던지는 말 너희 “엄마 같은 여자 데리고 와라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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